시행 2주년을 맞은 창호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이하 창호등급제)가 여전히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제도가 마련됐지만 실제 건설현장에 활용되는 건수는 극히 미비해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12년 창호등급제를 도입하면서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건설현장에는 창호등급제 인증을 받은 제품을 우선 사용토록 의무화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의무화 방침은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없이 검토단계에 머물러있다.
창호등급제란 프레임과 유리로 구성된 창호제품의 에너지소비효율을 5단계로 나눠 표시하는 제도로 지난 2012년 7월부터 산업통산자원부의 주도 아래 시행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효율이 뛰어난 창호제품을 쉽게 식별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창호업체들에는 에너지절약형 제품의 생산을 장려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당초 정부는 창호등급제를 도입하면서 창과 프레임을 따로 발주하는 이른바 '분리발주' 형태의 창호 입찰건에 대해서는 창호등급제를 의무적용이 아닌,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업체간 준비상황의 차이 등을 감안해 제도 신설에 따른 중소 창호업체들의 급격한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같은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면서 창호등급제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처했다. 민간 건설사는 물론 정부조차 통합발주 대신 분리발주를 통해 창호등급제 적용을 피해가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에 창호등급제 무용론이 일었고 정부는 제도 안착 및 활성화를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건축공사에는 창호등급제 인증을 받은 제품을 우선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는 정부 부처간 이기주의가 한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관련 진행상황을 질의해도 에너지관리공단에 업무를 위임했으니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돌아온다"며 "규제개혁 등 산적한 현안들 때문에 중요도에서 밀린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창호업체들은 여전히 창호등급 시험을 진행해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 제품 등급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실제 활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지만 제도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따라야하기 때문이다.
10일 현재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등록된 창호등급제 인증 제품 수는 1626개로 두 달 전에 비해서도 약 18%가 늘었다.
중소 창호업계 한 관계자는 "인증을 받으려면 시험기관에서 창세트시험, 결로시험 등을 거쳐야하는데 비용이 만만찮다"며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 인증을 받아놨는데 실제 활용은 제대로 안되고 있어 답답하다. 제도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